옛날에 신랑・신부가 방안에 들면 친척이나 이웃들은 신랑・신부를 훔쳐보기 위해 창호지 바른 문에 구멍을 뚫고 안을 엿보았는데, 이를 ‘신방엿보기’ 또는 ‘신방지키기’라고 하죠.
신방엿보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와 관련된 옛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어, 이것이 꽤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풍속임을 알 수 있는데요. 그 내용이 충격적입니다.
신방 엿보기에 얽힌 충격적인 설화
옛날에 백정의 아들이 어린 나이에 장가를 가게 되었는데 첫날밤에 신부를 잘 벗겨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대례를 치른 날 밤에 신랑・신부가 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신부가 계속해서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며 울어댔다. 딸의 어머니는 방안에서 신부의 비명을 들으며 “본래 첫날밤은 그리 아픈 것”이라고만 짐작할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 신방에 기척이 없어 들어가 보니, 신랑은 신부의 옷을 벗기는 대신 살가죽을 모두 벗겨서 걸어놓고 있었다. ‘벗긴다’는 말을 잘못 이해했던 것이다. 이로부터 신랑・신부가 첫날밤을 보낼 때 가족과 친척들이 몰려들어 신방을 엿보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신방 엿보기 풍습은 조혼과 관련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한국의 과거 생활 풍습을 정리한 ‘한국일생의례사전’에 실려있는 내용입니다. 신방 엿보는 풍습은 조혼의 풍속과 관련이 깊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조혼이 성행했는데 신랑은 열 살쯤, 신부는 열네댓 살쯤 혼인을 올렸습니다. 어린 나이에 혼인하다 보니 첫날밤에 뜻하지 않은 소동이 벌어지거나 신부가 간밤에 도망치는 일이 일어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그 가족들이 신방을 엿보는 풍습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한편, 세계 민족 가운데에는 처녀성을 신성시하여 이를 파괴하는 자는 악귀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믿음을 지닌 민족이 있는데, 우리 문화에도 이러한 믿음이 있어 첫날밤 악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여러 사람이 신방을 지키던 것이 신방엿보기로 변형되었다고 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가옥구조의 변화는 물론, 결혼식을 올리고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혼례절차의 변화로 이러한 풍습을 찾아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런 내용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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