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약 20만 년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두고 서서히 다양한 과정을 거쳐 왔는데요. 진화와 함께 진행된 퇴화의 흔적은 우리 몸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털이나 맹장처럼 우리가 잘 아는 것 외에도 꽤 많이 있답니다. 여기 몇 가지 흥미로운 흔적들을 소개합니다.
1. 손목 힘줄
팔뚝을 탁자에 올린 채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합니다.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모으고, 손을 살짝 들어보세요. 힘줄이 선명하게 보이는 분도 있고, 안 그런 분도 있을 겁니다. 이 힘줄은 바로 팔뚝과 손목 사이에 있는 장장근입니다. 장장근은 손목을 움직일 때 쓰는 근육이지만, 더는 쓰지 않아서 현대인의 약 13%에선 이미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근육이 없어도 팔목을 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겁니다. 다만 보기에만 좀 다를 뿐이죠.
2. 눈 안쪽 분홍색 부위
눈 안쪽에 분홍색 부분은 왜 있는지 궁금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대부분이 이걸 갖고 있지만 현대인들에게는 딱히 쓸모가 없죠. 사실 이 부위는 제3의 눈꺼풀이 존재했던 흔적이랍니다. 파충류가 눈을 감으면 이 부분이 확연히 드러나 눈 위에 보호막이 한 겹 더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류는 눈썹의 발달로 더는 제3의 눈꺼풀이 필요 없게 됐지만, 여전히 그 흔적은 희미하게 남아있죠.
3. 움직이는 귀
요즘엔 사람들을 웃기거나 눈길을 끌려고 팔랑팔랑 귀를 움직이는 게 다지만, 본래 움직이는 귀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귀를 움직임으로써 청력의 반경을 조정하고, 주변 소음을 포착하는 한편 위험을 감지할 수 있죠. 동물 중에서는 고양이가 이런 목적으로 귀를 움직입니다.
4. 골치 아픈 사랑니
혹시 사랑니를 발치한 적이 있나요? 그렇담 치과 의자에 누워 바들바들 떨면서 뽑아낸 기억이 있을 텐데요. 이가 자라면서 아픈 것 외엔 영 쓸모 없어 보이는 사랑니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랑니가 존재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는 사람들이 씹기 힘든 거친 풀과 뿌리를 많이 먹었고, 그에 따라 턱이 발달했습니다. 이후, 점차 부드럽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먹게 되면서 턱이 작아졌고, 이에 따라 치아가 자랄 공간도 줄어들었죠. 결과적으로 유인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영장류는 사랑니를 잃게 됐지만, 채식주의자인 고릴라는 여전히 사랑니를 간직하고 있답니다.
5. 닭살
갑자기 추워지거나 소름이 돋으면 닭살이 돋아서 온몸의 털들이 쭈뼛 섭니다. 왜 그런 걸까요? 인류가 지금도 털북숭이였다면 닭살이 좀 더 효과적으로 쓰였을 거예요. 털이 똑바로 서면 체온이 유지될 뿐 아니라 체구가 더 커 보여서 잠재적인 가해자들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고양이를 비롯한 많은 동물이 여전히 이 전략을 사용하죠.
굳이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역사적인 증거를 우리 몸에서 찾을 수 있네요! 다음에는 또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요? 아마 스마트폰에 맞게 진화해 손가락이 길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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